장염이 유행이라더니 제 아이에게도 끔찍한 장염이 찾아왔습니다.
1. 아기 장염 증상
밥태기 처럼 보이는 식사거부 - 활동량 줄어듦 - 먹었던 음식을 토함 - 자다가도 먹은 물까지 모두 토함 - 밤새 토하느라 못 자고 겨우 먹고 쳐져 있음 - 잘 먹나 싶다가도 또 토함 - 토하기 전에는 어떤 음식도 거부함 - 복통을 호소하다가 토함 - 물만 마셔도 토함- 기운이 없음 - 설사와 토를 병행함.
3일 전부터 밥을 너무 안 먹기 시작했습니다. 눈만 뜨면 밥부터 찾고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면서 아침을 시작했는데 언젠가부터 밥을 해놔도 심드렁했습니다. 그래도 어린이집을 가면 아침 죽이 나오니까 선생님께 아침을 못 먹였다고 부탁하며 보냈습니다.
최근 3일 정도는 아침 죽도 반정도 먹고, 점심도 평소처럼 잘 먹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좋아하는 반찬을 좀 더 달라하는 정도로 밥을 먹었다고 했습니다. 저도 아이가 밥태기가 한 번씩 지나갔었고, 이러다 또 잘 먹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언젠가 읽었던 육아서에서 아이가 스스로 먹는 양을 조절하기 때문에 잘 먹다가 안 먹더라도 굳이 따라다니며 먹이지 말라고 했던 지침이 있었기 때문에 아침메뉴를 3번 차려줄지언정 따라다니며 밥을 먹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속상한 엄마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토요일에 시댁에 갔는데, 가기 전에는 입에 밥을 아예 안 댈 만큼 너무 안 먹어서 엄마는 결국 소리를 지르며 폭발해 버렸습니다. 폭발한 엄마를 피해 아빠가 아이를 먼저 시댁으로 대피시켰습니다. 시부모님들께서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셨는데, 아이가 평소보다 자주 안아달라고 했고, 더 놀다 가자고 떼쓰지도 않고 스스로 들어가자고 했답니다.
그리고 좀 있다가 얼마 먹지 않았던 음식을 다 토했다고 합니다. 씻기면 또 토해서, 두 번 토하고는 집에 간다고 울고 불어서 늦게 출발한 엄마가 시댁에 도착도 하기 전에 아빠는 다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토하고 나서는 좀 가뿐했는지, 제법 놀고, 읽고 싶은 책도 가지고 오길래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먹이고, 먹고 싶다는 과일 주스라도 실컷 먹으라고 달라는 대로 다 줬습니다. 그런데 힘이 없어해서 일찍 재웠더니 중간중간 깨서 떠놓은 물을 먹고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물까지 전부 토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소변보다 다소 진한색인 물똥을 기저귀에 지려 놓았습니다.
위아래로 먹은 것도 없이 다 내놓은 것 같았습니다.
새벽 5시에 급히 일요일에 운영하는 대구 소아과를 찾았습니다. 모든 게 엄마 탓인 것만 같고, 안 먹는다고 다그쳤던 제 자신이 얼마나 미웠는지 모릅니다.
2. 수성아동병원 일요일 진료 (방문팁)
평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앱으로 예약이 가능하지만, 일요일과 공휴일은 예약이 되지 않습니다. 6시부터 대기가 된다고 해서 표를 뽑아 오라고 자는 신랑을 깨워 보냈습니다. 6시 1분에 도착했는데 대기 번호 45번이었습니다. 신랑이랑 영문을 모른 채 접수를 받는다는 9시에 맞춰 병원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았습니다. 45번은 진짜였습니다. 중간중간 입원환자가 들어와서 접수를 하고 나니 47번이라고 했습니다.
50번이 넘어가면 오후 접수로 넘어간다고 했고 100번까지 딱 받으셨는데, 9시에 가니 이미 마감이었습니다.
상급의료기관이라 마스크 필수 착용인데 안 하신 분들도 좀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온통 콜록거리는 그곳에서 아이랑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할 수는 없어서 접수만 하고 다시 집으로 와서 대기했습니다. 45번은 거의 오전 접수의 마감이라서 11시 지나서는 나타나달라고 했습니다. 일요일 진료 보시는 의사 선생님은 1분뿐이셨는데, 아이들이 밤새 시달리다 왔는지 병원 안은 아수라장 같았습니다. 일요일 접수는 그냥 9시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 앞에 계신 분께 여쭸더니 5시 50분에 왔는데 15번 뽑았다고 하셨습니다. 5시 40분에서 6시 정도에 오전 진료 대기가 끝나는 것 같았습니다.
정리하자면, 06시 대기 시작 - 9시 접수 시작- 접수하고 무한 대기 (50번 부터는 오후진료)입니다.
단, 간호사분께 순번 말씀드리면 대략적인 시간은 귀띔해 주십니다.
어렵게 선생님을 뵀는데, 2번 방 선생님께서 진료해 주셨고 하루종일 진료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시고, 제가 하는 말에도 귀 기울여주셨습니다.
상황상 입원을 권해야 하는데 부모의 의사를 물어주셨고, 수액을 맞을 상황이 안된다고 판단하셔서 장염약과 유산균만 처방해 주셨습니다. 먹는 수액을 처방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병원에서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1층 약국은 병원이 진료하는 동안 오픈되어 있으니, 처방전 받고 1층 가셔서 약 사시면 됩니다.
그후로 묽은 설사를 두번 더 쌌고, 죽은 아무리 먹여도 싫데서 그냥 먹고싶다는 생선가스에 떡, 마카로니 먹였습니다. 먹고싶다는 건 다 줬습니다. 자극적인건 피하라고 하셨지만, 탈수 증세 오는 것 보다는 그냥 먹는게 나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병원다녀온 당일은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아서 보리차만 한컵 마셨는데 자다가 입술이 바싹 마르더라고요. 걱정했는데, 다음날 아침 포카리 스웨트도 먹고 죽도 먹는 시늉을 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일반식을 또 잘먹었다고 했습니다.
원래 진료해주시는 나름 주치의 선생님께 다시 데려갔는데, 밥을 먹기 시작했다고 하니, 이렇게 낫는가보다 하시면서 다른 약은 처방도 안해주셨습니다.
장염은 대부분의 병이 그렇듯이 그렇게 놔둬도 저절로 낫는답니다. 자가면역, 자가치료. 엄마가 견디기 힘들 뿐.
3. 방문후기
아프면 또 일요일에 출동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방문해야 하는지 대충 감도 잡았고, 바쁘고 붐비는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모든 서비스가 친절하셨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동동거리는 부모의 상황을 이해해 주셨고, 일요일에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한 상황에서 엄청 기다리긴 했지만 그래도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그저 감사했습니다. 다만 오전 9시가 넘으면 어떻게든 진료가 불가하니 율하 등에 있는 다른 큰 소아과를 찾아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율하동은 좀 덜 붐빈다고 친구가 추천해 준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자고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먹이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나을 것이긴 하지만 입술이 마르고, 계속 밥을 입에 대지 못하고 쳐져한다면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밤은 어떻게 될지... 내일은 흰 죽이라도 먹어주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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